제주 전통 막걸리
요즘은 유통이 워낙 발달하여 해외에서 먹는 제품들도 거의 다 직구로 들여와서 먹을 수 있는데 그런 유통 과정을 거치지 못하는 몇 안 되는 제품 중 하나가 아마 제주막걸리가 아닐까 싶다. 내가 알기로는 제주 막걸리 병에 기재되는 유통기한은 대략 일주일 정도인데, 육지에 올라온 이후로 대형 마트에서 제주 막걸리를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아마 유산균이 살아 있는 생막걸리라 육지로의 유통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제주 막걸리는 제주 도내 최초로 '한국식품안전원'에서 인정한 원료로 만드는 최상의 막걸리로 제주 청정 암반수의 물과 전통방식의 노하우를 녹여내 생산되고 있다. 나도 제주도에서 막걸리를 마시기 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주종 중에 막걸리는 포함이 되지 않았었는데, 제주에 내려가고 나서 막걸리 맛에 눈을 뜬 것 같다. 요즘에야 원체 지역별로 다양한 막걸리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7~8년 전만 해도 다채로운 막걸리를 찾기 힘들었었다. 제주막걸리는 당일 생산된 제품의 맛을 보면 오묘하게 달짝지근한 요구르트 맛이 나서 처음 먹었을 땐 '이게 정말 막걸리가 맞나.' 할 정도였다. 나도 모르게 그 매력에 빠진 이후로는 제주에 내려간 그 첫 해 여름엔 정말 진절머리 나도록 매일 같이 마셨던 기억이 난다.
제주 막걸리는 보통 분홍색 띠를 두르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뚜껑 색깔이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하얀 뚜껑이고 다른 하나는 초록 뚜겅인데, 차이점은 하얀 뚜껑 같은 경우는 외국산 쌀을 이용하는 경우이며, 초록 뚜껑은 국내산 쌀을 사용하여 만들어지는 경우이다. 대체적으로 초록 뚜껑 막걸리가 하얀 뚜껑 막걸리보다는 200~300원 정도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초록 뚜껑이 자주 보이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두 가지 색의 뚜껑이 다 있을 때는 항상 초록 뚜껑을 사 먹는 편이었는데, 사실 맛의 차이는 크게 느끼진 못했다. 그냥, 둘 다 맛있다.
제주의 다양한 막걸리
제주에는 앞서 언급한 분홍색 제주 막걸리를 포함하여 정말 다양한 막걸리들이 유통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관광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제품들 중에 제주 우도 땅콩 막걸리, 가파도 청보리 막걸리, 제주 한라봉 막걸리, 제주 천혜향 막걸리, 제주 감귤 막걸리 등을 들 수 있다. 나는 실제로 우도에 가서 우도 땅콩 막걸리를 먹어 보았고, 고기 국수 집에서 감귤 막걸리를 먹어 본 적이 있는데, 내 기준에서는 둘 다 너무 달고 향이 강해서 막걸리 본연의 맛을 즐기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지역별로 특색 있는 막걸리를 먹어본다는 차원에서는 한 번쯤 맛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구제주 백김치전 맛집, 학고재
막걸리는 보통 비 오는 날, 전하고 많이들 먹는다. 비 오는 소리가 전을 기름에 굽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비 오는 날 전을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제주 막걸리는 숙성되는 날짜에 따라 맛이 약간씩 변하기 때문에 날짜에 따라 다르게 먹는 재미가 있는 편인데 그와 함께 먹는 전 맛집이라고 하면 구제주에서는 단연 '학고재'를 추천해주고 싶다.
제주 원도심의 칼호텔 부근(현재 칼호텔은 운영을 접었다.) 주택가 속에 숨어 있는 이곳은 민속주점 답게 옛 주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들어서는 초입부터 정원이 이쁘게 가꾸어져 있다. 대체로 고즈넉한 분위기에 층고가 낮은 편이며 방에서 먹을 수도 있고 테이블에서 먹을 수도 있다. 메뉴판도 과거 한 100년 전에 썼을 법한 나무 두루마기 같은 곳에 적혀 있으며, 방안에서는 사발을 숟가락으로 두드려 사장님을 소환해야 한다. 여러 가지 메들을 파는데 나는 그중에 김치 파전을 추천한다. 보통 김치전이라고 하면 빨간 김치전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여기는 백김치 전으로 하얗게 나온다. 바삭바삭하고 감칠맛이 아주 좋으며 오동통한 오징어도 들어가 있다. 구제주에서 비 오는 날 혹여 막걸리가 당긴다며 이 집을 꼭 찾아가 보길 바란다.
- 주소 : 제주시 남성로26길 37 - 제주 공항에서는 약 4.3km 정도 떨어져 있어 차량으로 10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으나 주택가에 위치하여 따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 운영시간: 매주 일요일 휴무, 나머지 자정까지 운영
(참고로 첨부된 사진은 학고재가 아니라 다른 막걸리 집이다. 학고재 사진은 네이버를 통해 검색해 보길 바란다. 분위기가 아주 굿!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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