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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달살기(3) - 갭이어 후기 및 새로운 시작

by 여여제 2022.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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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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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이어 후기

내가 신청한 갭이어 프로젝트의 명칭은 '한 달 살기'였지만 나는 두 달간 프로젝트를 운영한 후 종료했다. 한 여름을 꼬박 제주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낸 것이다. 이전 포스팅에서 설명했듯이 갭이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후기를 작성해야 하고 작성된 후기를 갭이어에 제출하게 되면 처음에 지불했던 책임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 후기는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쓰는 짧은 상품평 정도가 아닌 두 달간 생활하면서 느꼈던 점, 배웠던 점,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 등을 보고서 형식으로 꽤 길게 작성했던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작성된 후기를 제출할 때 본인이 작성한 글에 대한 편집 권한을 갭이어에게 주게 되는데, 추후 본인이 이 작성한 글이 갭이어 홈페이지에 게재될 때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편집이 되어 게재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갭이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을 장단점으로 나누어 솔직하게 작성했는데 추후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장점 위주로만 글이 편집되어 있어 약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생활했던 다른 스텝이 작성한 후기 같은 경우, 프로젝트 내내 불만족한 사항에 대해 작성한 내용이 많아 추후 갭이어 직원으로부터 따로 연락이 와서 해당 내용을 자세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갭이어 입장에서는 기존 참여자들의 긍정적인 후기들이 업로드되어야 다른 참여자들을 모이기에 수월할 수 있겠지만 기존 참여자들의 불만 사항을 반영하여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는 피드백도 필요해 보인다.

제주라는 공간은 육지사람들에게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묘한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같은 한국 땅인데 육지에서 바라보는 제주는, 육지보다 조금 느리고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실제로 제주를 힐링의 공간 혹은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개인이 느끼는 감정의 차이는 조금 있지만 어쨌든 다들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나도 그렇기는 하지만 내가 제주를 선택한 이유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새로운 공간에서, 타인과 비교되는 삶을 살기보다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제주에서 살아보면 제주 생활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7년간의 제주를 생활하면서 다양한 이유로 제주에 정착을 시도하는 육지사람들을 보았는데, 제주에 정착함에 있어서 본인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대체로 1년 안으로 다시 육지로 돌아가게 된다.

 

육지사람들이 제주에 내려오는 이유는 뭘까?

내가 봐온 사례들로 봤을 때 육지사람들이 제주에 정착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본인이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근무지가 변경될 때. 이러한 경우는 사실 많지는 않은데 육지의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들이 제주도에서 까지 오프라인 지점을 운영하는 경우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많지 않으며 제주에서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대체로 제주에 이미 거주하고 있는 사람을 채용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는, 나와 비슷한 케이스로, 짧은 기간 제주에 거주했거나 혹은 막연히 제주라는 공간을 동경해서 내려오는 경우이다. 그 당시 실제로 게스트하우스 스텝을 한 두 달 하다가 제주에 정착하기로 마음먹는 사람들이 꽤 많았으며 여행객 또한 짧게 일주일 정도 여행을 계획하고 내려왔다가 2주, 3주, 한 달을 올라가지 않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셋째는, 앞서 사례들과 결이 약간 다른데 제주를 도피처 혹은 치유의 공간으로 생각하고 내려오는 경우다. 내가 제주에서 만난 육지사람들은 대부분 각자 나름의 상처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했거나 사업이 망했다거나 가족과의 불화가 심하다거나 억압된 환경에서 자랐다거나 등등. 또한 정말 아파서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게 육체적인 병일 수도 있고 마음의 병일 수도 있는데 두 사례 모두 심심찮게 목격된다.

내가 제주도에서 7년을 생활한 이유

내가 7년이라는 기간을 제주에서 지냈던 이유는 좋은 사람과의 만남, 일정한 소속감 그리고 새로운 것에 곧 잘 흥미를 느끼는 성향 때문이다. 나는 제주에 정착을 결심하고 곧바로 경제활동을 위한 취업을 했는데 여기서 만났던 사람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고 또한 회사 내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제주에서의 생활을 단지 여행과 휴식의 목적으로 수개월 혹은 1년까지도 계획하고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결국엔 반년이 넘어가는 시점 즈음에 친구 혹은 가족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안고 다시금 육지로 올라가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새로운 공간에서 내 삶에 집중하되 또 다른 커뮤니티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도 어느 정도 유지를 해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조금 거창하긴 하지만 내가 일상생활에서도 언제든 시도하며 좋아하는 일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낯선 길로 걸어가기'이다. 요즘은 원체 모바일 상에서 다양한 내비게이션 앱이 지원되어 종이 지도를 본다거나 혹은 마을 어귀의 마을 안내지도를 보는 경우가 거의 없겠지만, 나는 이 세 가지를 다 보지 않고 새로운 길로 걸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무언가 거창한걸 하지 않아도 단지 모르는 동네에 가서 마을 구석구석을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곤 했다. 물론 소소한 행복과 더불어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취미생활(승마, 스쿠버다이빙, 윈드서핑 등)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삶을 한층 더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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