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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달살기(2) - 갭이어 장단점

by 여여제 2022.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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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생활

오후 비행기를 타고 저녁시간 즈음에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내가 두 달 동안 생활할 공간을 확인하고 그곳에 짐을 풀었다. 낯선 공간에 내 개인적인 물건들을 채워 넣고 있노라니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날들이 기대가 되기도 했다. 설레었던 첫날밤이 지나고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두 달이라는 시간이 쉬이 흘러갔다.
두 달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졌다. 게스트하우스는 그런 공간이었다. 언제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고 즐거운 저녁식사 혹은 한 잔의 술을 할 수 있는 공간.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각자의 길을 위해 헤어져야 하는. 새로운 인연이 한 끼의 식사로 끝날 수도 있고 몇 년 혹은 지금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데 나는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있다. 그때 제주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지금은 모두 육지에 있지만 아직도 우리의 대화는 항상 그 시절 제주에서부터 시작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활동하기

게스트하우스 스텝이 해야 하는 활동은 게스트하우스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내가 지냈던 곳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활동시간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며 오전과 오후 각각 4시간씩 활동해야 한다. 첫 번째, 오전에 할 일은 그 전날에 숙박한 손님들의 방을 청소하는 일이다. 침대와 베개를 정리하고 오염이 된 침구류를 세탁기에 넣어 세탁하고 화장실을 청소한 후 부엌과 공용로비 공간을 청소한다. 두 번째, 오후에 할 일은 체크인 시간 이후에 입실하는 손님을 응대하는 일이다. 숙박을 하는 동안 게스트하우스 공용 공간의 사용시간 및 주의할 사항 등을 설명하고 간혹 손님이 적을 때에는 함께 저녁 식사를 하거나 계단 청소를 하기도 한다.


내가 일한 게스트하우스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모두 구비되어 있긴 했다. 하지만 이불처럼 큰 빨래를 하는 경우나 볕이 아주 좋은 날은 옥상에 빨래를 널곤 했다. 뽀송뽀송하게 마른 이불과 수건을 개는 건 까슬까슬한 감촉이 좋긴 했지만 옥상까지 올라가서 빨래를 넌다는 건 그 자체로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리고 여름은 장마기간을 제외하고 볕이 좋은 날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두 달 중 많은 날을 옥상에 올라가 빨래를 널어야 했다.
내가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고 나서 일주일 정도 뒤에 새로운 스텝이 왔다. 그 친구와 스케줄을 조정하여 오전, 오후 업무를 나눠서 했는데 게스트하우스 운영 규정 상 그 친구와 함께 쉴 수는 없었다. 간혹 숙박 손님이 많을 경우 청소량이 너무 많아 그 친구와 함께 일하고 함께 쉬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혼자 일하는 편이었다.

갭이어를 통한 제주도 한달살이의 장단점

'장점'?
갭이어 프로젝트의 취지는 내 인생에서 내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 쉼이 막연한 쉼 보다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고 삶의 터닝 포인트를 갖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내 시간을 오롯이 내가 다 계획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해야 하는 활동들은 이미 스케줄화 되어 있고 그것은 일정한 루틴을 형성한다. 내 기준에서는 이러한 루틴이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하루의 4시간 스텝 활동을 제외하고 나만의 스케줄을 꾸리려면 조금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 전반에서 제주에 적응하는 부분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하는 손님들이야 다들 타 지역에서 온다지만 게스트하우스를 오랜 기간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은 제주 토박이이기 때문이다. 제주 토박이 사장님을 통해 소위 '도민맛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도보로 가볼 만한 관광지를 소개받고, 휴일에는 함께 배를 타고 나가 배낚시를 한다거나 보말을 따러 바닷가에 가기도 했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사람의 성향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혹은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는 하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달살기를 하는 갭이어 프로젝트 자체를 신청하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그 부분을 고려하면 이 사항은 대부분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위로하며, 나도 모르게 새로운 인간관계에서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성숙해지는 것 같다.
'단점'?
호스트와 내가 갑과 을의 관계는 아니지만 호스트가 숙식을 제공하고 내가 노동을 한다는 점에서 약간은 갑과 을의 관계처럼 느낄 수 있다. 나는 전적으로 갭이어를 통해 호스트와 참여자가 만났을 때에는 서로가 파트너의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간혹 상황에 따라 호스트가 고용주의 느낌이 들 때가 있긴 했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는 성향과는 별개로 본인이 생활하는 공간이 타인과 공유되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텝룸을 2명이서 함께 써야 한다거나 화장실 및 샤워실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부분들이다. 화장실 및 샤워실도 민감한 부분이지만 방 하나를 공유해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할 점은 나와 성향이 맞지 않는 친구가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크고 작은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런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제주에서의 쉼이, 쉼이 아닌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게스트하우스 환경 자체가 본인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제주 특성상 게스트하우스를 사전 답사해 볼 수가 없고 갭이어가 보증을 선다는 것을 전적으로 믿고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데 막상 짐을 싸서 내려와 보니 본인의 생각과 전혀 다른 환경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낸 게스트하우스는 소개란에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환경이라는 글이 명시되어 있었다. 평소에 아이들을 딱히 좋아하지도 딱히 싫어하지도 않았었는데 그곳에서 두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내가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이들이 생각하는 방식은 어른과 많이 다르고 미성숙하다고는 하나 간혹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보며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내가 해결할 수 없고 케어할 수 없는 상황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꽤 힘들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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