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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달살기(1) - 갭이어(Gap Year)란?

by 여여제 2022.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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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이어(GapYear)1

육지사람이 쓰는 7년간의 제주 생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2022년 올해 5월 중순. 나는 7년간의 제주 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육지로 올라왔다. 비록 나는 다시 육지로 올라왔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도 한달살기 혹은 제주에 정착을 준비하는, 과거의 나와 같은 육지인들에게 내가 겪었던 일상과 소소한 여행 정보들을 나누고자 한다.

2015년 6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던 중 문득 그 해 여름은 새로운 공간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단 내가 정한 기한으로는 두 달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그 두 달 동안 국내 여행을 할지 해외여행을 할지 이런저런 장단점을 재고 있는데, 그 맘 때쯤 '제주도 한달살기'가 유행하고 있었다. 나도 그 유행에 휩쓸려 짧은 고민 끝에 제주 생활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무작정 바로 제주로 내려간 후 그곳에서 생활할 공간을 찾는 건, 제주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내 입장에서 조금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던 중 우연히 '갭이어(GapYear)'라는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다.


'갭이어(GapYear)'란? 갭이어란 학업이나 업무를 병행하거나 잠시 중단하면서 봉사, 여행, 진로탐색,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체험하여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을 말한다. (출처: 한국갭이어)
유래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196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풍습으로 영국 및 유럽 국가 학생들은 대학교에 등록하기 전에 종종 갭이어 기간을 갖는다고 한다. (출처:나무위키)

한국 갭이어는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본인이 희망하는 지역에서 한달살기를 진행할 수 있다. 그 당시 제주에서 한달살기 프로젝트는 제주도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활동하며 숙식을 무상으로 제공받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으며 스텝의 기본적인 활동 사항은 일정한 스케쥴에 따라 게스트하우스에 방문하는 손님을 안내하거나 손님이 숙박을 하고 난 후 익일 오전에 룸 청소 및 세팅을 하는 것이었다. 내가 신청할 당시에는 한달 살기를 신청할 수 있는 국가가 제주도를 비롯하여 많지는 않았는데 현재에는 다양한 국가와 도시에서 한달살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프로젝트 방식 또한 한달살기 뿐만 아니라 여행, 인턴십, 클래스 등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갭이어(Gap Year)' 신청 방법? 신청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프로젝트비를 입금하면 게스트 하우스 호스트의 전화 면접을 거쳐 참가가 확정된다. 이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 후 프로젝트가 시작되는데 프로젝트는 한달살기 단어 그대로 최소 1개월부터 신청 가능하며 나는 처음부터 2개월로 신청하여 진행했다. 내 기억으로는 참가신청서 작성은 이력서 및 간단한 자기소개서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성하는 주된 내용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갭이어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작성했다. 게스트하우스 전화 면접은 어려운 부분은 전혀 없었으며 간단히 나의 이력사항에 대해 몇 차례 질문이 있었고 앞으로의 게스트하우스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참가신청을 시작으로 참가가 확정되어 실제 제주로 내려가기까지 총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프로젝트비'를 받는 이유?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프로젝트비가 발생하는데 프로젝트비는 참가비와 책임비를 합한 금액으로 일종의 보증금 및 중개료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신청자 입장에서는 내가 한 달 혹은 그 이상 지내야 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제대로 운영이 되는 곳인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갭이어가 중간에서 검증을 거쳐 주는 것이며 게스트하우스의 호스트 또한 스텝으로 일할 사람이 성실히 임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갭이어에서 사전 검증하여 보내주는 개념이다. 참가비를 제외한 책임비는 본인이 처음 설정한 기간 동안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체험 후기를 작성하면 환급을 받을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해 주는 사항? 위에서 간략하게 언급하기는 했으나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활동하면 대부분 숙식을 무료로 제공해준다. 내가 지냈던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숙박 손님에게 조식이 제공되었던 게스트하우스로써 스텝 또한 같은 공간에서 조식으로 토스트를 구워 먹고 주스를 마시거나 핸드그라인더로 직접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마셨다. 점심과 저녁은 게스트하우스 호스트가 직접 챙겨 주기도 했고 구비된 식재료로 직접 요리하기도 했다. 숙박은 별도의 2인실 스텝룸이 제공되었다. 게스트하우스마다 스텝룸의 컨디션은 다르겠지만 내가 지냈던 스텝룸은 매우 좁은 방에 흔들리는 2층 침대가 있었고 개인적인 짐을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사물함이 제공되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이 화장실 및 샤워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스텝 또한 예외가 아니므로 화장실 및 샤워실에 민감하다면 공용으로 사용하는지 개인적으로 사용 가능한지 여부는 꼭 체크해보아야 한다.

제주에서 한달살기를 시작하며

제주를 내려가면서 가져갔던 것이 많지는 않았다.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던 시기라 옷은 가벼웠고 기본적인 세안용품과 제주 생활을 기록할 노트북 정도. 가벼운 짐과 별개로 마음은 복잡 미묘한 상태였다. 고3 수능 이후 특별히 하고 싶었던 것이 없어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여 진학했고 전공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해 학교를 가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자퇴를 고민했다가, 반 학기 휴학을 하고, 전혀 다른 전공을 위해 다른 학교로 편입을 하고, 교환 학생을 다녀오고, 졸업후에는 전공과는 또 전혀 무관한 회사에 취업했다. 그동안 열심히 산 것 같기는 한데 딱히 스스로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전혀 없었고 앞으로는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진짜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고민해야 했다. 그런 고민들과 새로운 공간에 발을 딛는다는 설렘을 안고 제주 한달살기 생활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제주 방문과 행운

나는 갭이어 프로젝트를 통해 제주에서 한달살기를 시작하기 전 딱 한번 제주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내 생에 첫 경품 당첨 사건. 대학교를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 로드샵에서 화장품을 구입하고 경품에 응모했는데 2등인 제주도 여행권 2인이 당첨된 것이다. 당시 1등은 하와이 여행권 2인으로 기억한다. 학교 수업 도중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와서 제주도 여행을 보내준다길래 처음에는 사기 전화인 줄 알고 끊으려다가 설명하는걸 가만가만 들어보니 정말 당첨이 된 사례였고 그전까지는 그런 경품 당첨 이벤트 같은 경우 다 끼리끼리 해 먹는 거 아니겠나. 하는 불신이 있었는데, 그 불신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비록 자유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의 첫 제주여행은 그런 행운과 함께 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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